“지방에 정부·지자체 돈 풀린다” 벤처캐피털, 비수도권 지점 확장 속도
벤처캐피털(VC)들이 지역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속속 벤처투자조합 출자를 꺼내 들면서다. 정부가 최근 비수도권 벤처투자 확대 방침까지 꺼내면서 VC의 지역 진출은 더욱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ChatGPT DALL·E.
19일 VC업계에 따르면 운용자산 약 1000억원의 국내 VC 이앤벤처파트너스가 지난 7일 대구광역시 동구에 지역 지점을 신규 설립했다. ‘VC 집성촌’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를 벗어나지 않았던 이앤벤처파트너스의 첫 번째 지역 확장이다.
여의도에 본사를 둔 VC 히스토리벤처투자도 최근 지역 거점을 신규 설립했다. 지난달 초 세종특별시에 히스토리벤처투자 세종지점을 구축했다. 이외 위벤처스, 스케일업파트너스도 부산광역시와 대전광역시 등에 잇따라 지점을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VC들의 지역 지점 구축은 벤처투자 활성화를 추진하는 지자체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지자체들은 최근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전략의 일환으로 지역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을 추진, 벤처투자조합 출자에도 나섰다.
이앤벤처파트너스가 택한 대구광역시는 벤처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자체 중 한곳으로 꼽힌다. 대구광역시 소재 딥테크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조건으로 작년 40억원을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했고, 올해는 재차 15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VC들이 지점을 내는 대구, 부산, 대전, 세종 등은 모두 지자체가 벤처투자조합 출자에 적극적인 곳”이라면서 “VC들은 이들 지자체 사전 접점을 늘리고 또 투자 대상 기업을 물색하기 위해 지역 지점을 속속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VC의 지역 지점 확보가 벤처투자 위축의 단면이라는 평가도 하고 있다. 과거만 해도 지자체 자금은 지역 소재 기업 투자 제한 등 요소로 인해 VC가 외면하는 돈이었기 때문이다. 창업 기업 수가 적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만 최근 VC들 사이에선 신규 벤처투자조합 설립이 최대 과제가 됐다. 신규 펀드를 조성해야 관리보수를 받아 사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VC는 보통 8년 만기의 벤처펀드를 구축, 투자 기간 4년 동안 결성총액의 약 2%를 관리보수로 받는다.
국내 한 중견 VC 대표는 “지자체를 출자자로 확보하면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지역 소재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운용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지자체 상당수가 조건 완화를 추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방시대 벤처펀드 조성계획.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업계에선 VC들의 지역 거점 마련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개별로 벤처조합 출자에 나서던 것을 넘어 정부가 직접 비수도권으로의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을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2027년 비수도권 벤처투자 2조원 목표도 꺼냈다.
정부는 벤처투자 중 비수도권 비중을 오는 2027년까지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도 기존 1조1000억원 수준에서 2조원으로 약 두배로 늘리기로 했다. 향후 3년간(2025∼2027년) 1조원 규모의 지방 벤처펀드를 신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VC 외에 스타트업 창업 지원 보육에 특화한 창업기획자, 일명 엑셀러레이터(AC)들도 지역 거점 확장에 힘을 쏟고 나섰다. 국내 대표 AC 중 하나로 꼽히는 와이앤아처가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서만 2곳 지역 지점을 새로 구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AC업계 한 관계자는 “AC의 지역 지점 확보는 벤처투자조합 설립 용이성을 넘어 지자체가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 운영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면서 “VC 외에도 AC의 지역 거점 확장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